저번 글에서 나름 절단신공을 발휘해 피아노의 박스만 살짝 보여주어
모두의 궁금증을 자극한 채 글을 끝맺었기에 (아님말고;;)
이번엔 나름 개봉기를 써보도록 하겠다.
내가 주문했던날이 금요일이었나.. 했을꺼다.
난 뭘 사든, 한참 고민하다가 큰맘먹고사는지라 택배가 오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견디기 힘들다;
그래서 주로 최대한 빨리 오는 쪽으로 주문을 하곤 한다.
가능하다면 퀵으로 배송받기도 할 정도며
주말을 지나 월요일에 배송받는 파렴치한;; 짓은 절대 하지 못한다.
역시나 이번 피아노 구매에서도 난 신속배달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몇 군데 업체들을 뽑고, 다 전화해서 당일 저녁까지 배송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였다.
대부분 업체에서는 재고가 없어서 불가능하다고 하였고
몇몇 업체에서는 재고는 있지만 설치기사가 예약이 밀려서 제때 설치를 하러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무려 17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였기에 난 이성을 마비한 채
설치는 무슨!! 설치기사분 와서 설치 안해주셔도 되니 그냥 물건만 최대한 빨리 배송해달라!!
라는 강력한 주문과 함께, 당일 저녁에 배송이 가능한 업체에서 구매를 하였고
정말 1분이라도 빨리 보고싶은 마음에 회사로 배송해달라고 했는데
지금와서 참 다행인 것이, 판매자측에서 회사에서쓸 피아노냐고 물어보았고
난 집에서 쓸꺼지만 차에 실어서 집에 가져갈꺼라 했고
판매자는 트럭이 아니면 절대 불가능하니 집으로 배송받으라 했다.
난 알겠다 했고, 택배가 왔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차를몰고 빛의 속도로 집으로 칼퇴를 하였다.
두근두근....
집에 주차를 하고 건물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시는 택배기사 아저씨를 만났다.
택배기사아저씨 옆에는 키보다 더 큰 거대한;; 박스가 세워져 있었고..
아저씨와 나는 둘이서 피아노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집으로 옮겼다.
난 피아노가 그렇게 무거운 것인줄 처음 알았다;;
성인남자 둘이서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칠듯한 무게와, 딱히 잡을 곳 없는 미끈한 박스.
정말 손을 덜덜 떨며 바들바들 죽을힘을 다 해서 옮겼다.
겨우 방에 도착하였고, 택배아저씨는 수고하라는 말과 함께 유유히 사라지셨다.
자.. 이제 이놈을 설치만 하면...... 음??
설치? 아 맞다. 설치기사분 안오셔도 된다고, 내가 알아서 한다 했지.
근데 설치는 어떻게 하지;;
난 나름 조립하는 것에 일가견이 있다 생각하여
'설치 까이꺼~ 구멍 맞는곳에 꼽으면 다~ 되~ *-_-*' 라고 생각하고 일단 셀프 설치를 시작하였다.
일단 박스 개봉! 두둥~~
박스가 그 자체로 조립 설명서. 뭔가 어려운 말이 잔뜩 쓰여있다.
물론 한글따윈 없다;
열자마자 난관에 봉착했다.
저 길이 두께 모양이 제각각인 수많은 볼트들은 다 어느구멍에 끼워야 한단 말인가..
할 수 없이 설명서를 보며 제대로 조립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단, 전부 박스에서 꺼내는 것 부터 했다.
위의 자질구래한 것들을 들어내고 나온 첫 부품.
페달!! 페달이 나왔다.
일단 살포시 바닥에 놔두고..
가장 큰 부품이자 가장 중요한, 메인 파트!!
비닐을 걷어내니 아름다운 자태가 드러났다.
자 이제 이놈을 꺼내면 되는.....데....
크기도 크기이거니와 무게가 100Kg가 넘는 탓에
도저히 혼자 꺼낼 수가 없었다;;
박스 옆을 뚫고 꺼낼까 했지만, 나중에 이사갈 때를 위해 박스를 보존하려고 하니
위로 꺼낼 수 밖에 없는데, 이거 혼자서는 불가능이었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혼자선 설치 못해요~ 꼭 둘 이상이 있어야 해요~' 따위의 말 뿐이었고..
난 빨리 피아노를 쳐보고 싶은 심정 + 혼자서 해내리라는 오기로
어떻게든 꺼내보려 노력했다.
일단 한쪽을 들어보았다.
엄청 무거웠다;;
겨우 낑낑대며 들어올렸더니 묘하게 박스에 걸쳐진 모양새가 되었다;
이미 저상태가 되니, 바닥에 뭔가가 걸려서 다시 집어넣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놓자니 걸쳐진 박스 부분이 찢;어지며 피아노가 바닥에 떨어질까봐 걱정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채 부들부들 떨며
혼자서 꺼낸걸 후회만 할 뿐이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꺼낼 수도 없고 포기할 수도 없고.. ㅠㅠ'
난 조심조심 받치고있던, 밖으로 나온쪽을 바닥으로 내리기 시작했고
다행스럽게도 바닥에 놓는 것에 성공했다.
이런 상태로 바닥에 놓은 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피아노를 받치고있던 손에 힘을 빼는 순간
갑자기....
피아노는 왼쪽으로, 박스는 오른쪽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두 물체가 기대고 있는 각도가 줄어들며.... 서로 멀어지는 그 순간....
내 머리속에는 '피아노 떨어지면 X된다!!' 라는 생각뿐!!;
난 순발력을 발휘하여
피아노가 바닥과 닿아있는 부분에 발을 끼워넣어 피아노가 더이상 미끌어지지 않도록 한 채
손을 뻗어 박스를 잡았다;
발가락이 100Kg의 피아노가 미끌어지는것을 막느라 극심한 고통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끄으우으에에으아아이이아아아ㅏㅇ앜~~!!!"
하는 비명을 질렀고
왼쪽발은 쭉 뻗어 피아노와 바닥사이에 끼워져 있고 양손은 오른쪽으로 쭉 뻗은 채 박스를 잡고 있는 모습.
그림실력이 미천하여 그릴 수 없지만, 그릴 수 있다 해도 별로 그리고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나서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발가락은 피아노지지대;;역할을 하느라 고통스러웠고
자세는 매우 불안정하여 금방이라도 넘어질듯 했으며
이번에도 역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
여기서 내가 더 할 수 있는것은 없었다.
손이 되었든, 발이 되었든, 한 쪽을 떼고나서도 피아노가 떨어지지 않기를 빌 뿐이었다.
이건 마치 시한폭탄 앞에서 빨간선을 자르느냐, 파란선을 자르느냐와 같이
긴장되는 순간!!
난 고개를 까딱거리며 발쪽과 손쪽을 번갈아보며 나즈막히 중얼거렸다.
"어~느~쪽~을~뗄~까~요~알~아~맞~춰~보~십~시~오~딩~동~댕~"
-_-;;;;;;;
저 위기의 순간에 왜 저게 떠올랐는지는 나도 모른다;
일단 손 쪽이 당첨되었고, 난 매우 조심스럽게 잡고있던 박스를 놓았다.
다행히 박스는 더이상 미끌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피아노 윗부분을 잡고 발도 뺀 뒤에 조심스럽게 방바닥에 내려놓았다.
후.... 정말 힘들었다.
이래서 두명이서 하라고 하는거구나.. 싶었다.
이제 남은것은
페달과 건반부분 (방금꺼낸 무거운 저것;;) 을 이어주는 지지대와 뒷판 등을 꺼내 조립하는 일이었다.
자 이제 얼추 피아노의 모습을 갖춰 간다.
이제 마지막 관문.
가장 무거운 건반부분을 저 위에 얹으면 된다.
근데.. 저걸 어떻게 저 위에 얹어놓지??;;
아;; 역시 결국 두명이 필요한 것이란말인가;;
난 눕혀놓은 채로 조립해서 세우기, 뒤집어서 다리 붙인뒤에 뒤집기
옆으로 세워놓고 조립한다음에 다시 돌려세우기 등등
별의별 방법을 다 고민해 봤으나
조립 설명서를 잘 보니 저건 그냥 얹고 드라이버로 조이면 끝이 아니라
조심스래 들어서 받침대쪽에 있는 어떤 부위와 잘 맞춰서 꼽은 뒤에
앞으로 밀어서 끼우는 방식이었다.
이건 뭐 도저히 혼자 할 수가 없었고, 이미 힘도 다 빠져서 더이상 어찌 할 수가 없었다..
난 결국 아는 선배 한명을 불러서 도움을 청했고
그 형의 도움으로 무사히 피아노 조립을 마쳤다.
전원을 연결하고 건반을 눌러보는 그 감격의 순간!!
아아.. 비싼거 사길 잘했어....
소리가 아주~ 예술이야~~!
(물론 어쿠스틱보단 못하지만)
이렇게 나의 피아노라이프는 시작되었다.
ps.
피아노 살 때 들어있던 악보는 모르는 곡이거나 너무 쉬운 곡 들이라
피아노의 성능?도 테스트할 겸
악보없이 칠 수 있는, 베토벤 소나타를 쳐 보았다.
앞서 글에서 언급했던 '비창' 1악장.
엄청 쾅쾅거리고 시끄러운 곡이다.
쾅~ 쾅쾅~쾅 쾅~~~~ 쾅~!! 머 대충 이렇다;
암튼.. 쳤다.
오오오오.. 소리가 죽인다!!
시간도 밤이었고, 밤에 칠 용도로 산 것이기에
헤드폰을 끼고 소리를 크게 키운 뒤에 신나게 쳤다.
간만에 치니까 정말 엉터리로 마구 틀리며 쳤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고 미친듯이 쳤다.
어차피 나 혼자 들리는 것이었기에.
다 치고나니 몸에는 땀이 흥건했고, 살짝 흥분된 기분이 매우 좋았다.
휴.. 난 땀을 닦으며 앞으로 뭘 칠지 기쁜 고민에 빠진 채
이런저런 악보책을 살 상상을 하며 피아노 건반을 만지작거리는데..
건반을 눌렀는데 띵~ 하고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기에 아무생각 없었는데 한 2초 멍..하니 있다가 문득 든 생각.
나 방금 헤드폰 벗었는데..?
아까 분명히 헤드폰 끼고 쳤는데..?
헤드폰이랑 스피커랑 출력 전환하는거 안눌렀는데..?
왜 스피커에서 소리가나지..?
설마...................
설마 하는 심정에 헤드폰을 다시 쓰고 건반을 눌러 보았다.
'띵~~~~'
엥??
다시 헤드폰을 벗고 건반을 눌러 보았다.
'띵~~~~'
허걱!?
자..잠깐. 이거 지금 헤드폰이랑 스피커에서 동시에 소리나는건가??
그럼.. 나.. 이제까지 친거.. 스피커로 크게 다 들린건가....??;;
소리 엄청 크게했는데..??
지금 한밤중인데......??
털썩 OTL..
그뒤로 약 30분간 나는
복도에 발걸음 소리라도 들리면 누가 항의하러 온건가 싶어서
바짝 긴장해서 ㄷㄷㄷ 떨며
불끄고 숨죽이고 조용..히 있었다..;
(소심쟁이)
나중에 알고보니
소리 출력 모드가
헤드폰, 스피커, 헤드폰+스피커 이렇게 세가지의 모드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날 난 헤드폰+스피커 모드로 연주를 했던 것이었고..;
그리고 그 뒤로 약 두번 더 저 실수를 저질렀다;;
그리고 그때마다 난....
불끄고 숨죽이고 쫄아있었다;;;;
(캐소심쟁이)


























